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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못하는 <고령화가족>, 그 안의 꽃 같은 엄마
입력 2013-05-01 |

 

보통 할머니에서부터 삼촌, 조카 등 여러 가족 구성원이 모여 사는 풍경을 떠올리면 화목한 대가족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구성원들이 독립할 일정나이를 넘긴 자식들이고, 그들이 부모님을 부양하는 게 아니라 부모님에게 기대 사는 거라면, 시선은 달라진다. 

여기, 엄마에게 빌붙어 사는, 갈 곳 없는 삼남매가 있다. 마흔을 넘긴 나이지만 백수인 큰 형 한모(윤제문 분)는 처음부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고, 영화 실패로 집세조차 밀리던 둘째 인모(박해일 분)는 밥 한 끼 먹으러 어머니 집에 왔다가 그대로 눌러 살게 된다 

뒤이어 막내딸 미연(공효진 분)이 두 번째 이혼 후 딸 민경(진지희 분)과 함께 엄마(윤여정 분)의 집을 찾는다. 그렇게 그녀의 중학생 딸까지, 삼남매와 엄마, 다섯 가족의 기가 막힌 동거가 시작된다. 

영화 <고령화가족>은 시종일관 극단적이다. 극 초반에 마흔이 넘은 두 형제의 몸싸움에서부터 이미 알아차려야 했을까. 엄마를 제외한 삼남매와 중학생 민경은 욕을 입에 달고 살고 스스로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어린 민경은 사춘기라는 특성을 감안해 주더라도 이 세 어른들은 그야말로 나잇값 못하는 고령화 가족인 것이다 

캐릭터의 인간미는 원래 완벽함보다는 허점, 단점에서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되바라진 캐릭터들이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어린 민경조차도 안쓰럽기보다는 이해 불가인 점이 많다. 그렇게 중반부까지도 캐릭터들에 대한 공감과 애정을 느끼기 다소 어렵다 

그러나 관객이 캐릭터와 내용에 진지한 잣대를 들이밀어 의아해 하기 이전에 계속해서 웃음이 쏟아진다. 코미디에 대한 욕심이 때로는 과해 보이지만 웃음에 관한 한, 비교적 성공적이다. 유치하고 과잉되긴 했어도, 많은 관객들이 반응할 만한 대중적인 유머였다. 그중에서도 인생의 패러독스를 느끼게 하는 유머는 최고라 할 수 있다. 최악의 밑바닥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흐름이 몹시 유려했다.

게다가 배우들의 생활연기는 나무랄 점이 없다. 다섯 명의 배우들은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수준의 재미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 싶다. 비단 유머에 국한된 말이 아니라, 극에 몰입을 높이고 영화의 완성도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보여줬다고나 할까.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삼촌 박해일과 고모 공효진이라는 존재다. 박해일은 너무나 삼촌 같고 공효진은 너무나 고모 같다. 다른 어떤 느낌도 아닌 삼촌과 고모의 느낌을 가진 그들의 남매 연기는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당장 어디서라도 그 모습을 봤던 것 같고, 또 볼 것만 같다. 예고편에 나오는 야외 횟집에서 싸우는 장면은 그중 가장 압권인데 여동생과 오빠의 입장 모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족의 다툼은 늘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그 사소함의 이면에는 뿌리 깊은 갈등이 있다. 추락한 상황 속에서도 권위를 지키고 싶은 오빠, 가족들에게 할 만큼 한다고 생각하지만 늘 과소평가 받는다고 생각하는 동생. 누구의 입장이 옳고 그른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가족이기에 더 막말을 주고받고 그럼에도 결국 가족이기에 뭉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사고치고 싸우고 사건에 휘말리고 그 와중에도 가족이라는 하나의 울타리와 담벼락에 어렵게 피어있는 한 송이 꽃과도 같은 엄마라는 존재. 극 초반에 나온 그 꽃이 단순히 어려움을 이겨내는 식물만을 말하진 않을 것이다. 어머니는 그런 꽃과도 같다. 여리고 아름답지만, 강인한 존재. 

가족과 엄마에 대한 소중함을 줄곧 일깨우는 정서는 가족들이 붕괴된 요즘의 세태에 들어맞는다. 막장가족을 다뤘기에 표현과 소재에 있어 다소 자극적이고 불쾌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보다 따뜻하다 

천명관의 동명의 소설 <고령화 가족>을 원작으로 <파이란>, <역도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송해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제껏 작품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감독의 새로운 변신과 캐릭터에 녹아든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 가족들이 갖고 있는 몇몇 말 못할 고민들, 그 안의 웃음과 눈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9일 개봉, 15세 관람가.

 

. 락스테디(r_steady@glebbangzip.com)

편집.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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