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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여신님’이 필요하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입력 2014-05-25 |

 

고백하건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도입부부터 울컥하고 말았다. 1952, 부산. 국군 두 사람은 북한군 넷을 포로 수용소로 이송하기 위해 배에 오른다. 

남한과 북한. 인간 대 인간. 하지만 누군가는 총을 겨누고 누군가는 포로가 되어 밧줄에 묶인 채다. 병영 생활을 다룬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전쟁 훈련을 하면서 북한군을 죽였다고 좋아하는 장면을 보고 마음이 불편하고 슬펐었는데,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초반에서도 그러고 말았다. 

전쟁을 직접적으로 겪은 세대도 아니고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세계 속의 전쟁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이는 죽음조차 마찬가지. 매일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모두가 죽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내 것처럼 와닿지 않고 그렇기에 내 일상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전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 진정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하는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처럼 그려내면서, 내 일상에도 따뜻한 희망을 심어주었다 

거친 풍랑에 이송선은 고장나고 혼란 속에 상황은 역전되어 국군 대위 한영범(정문성, 김종구, 조형균 분)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고 만다. 영범의 부하 신석구(안재영, 정순원 분)는 보이지 않고 혼자 남은 영범은 딸 진희를 그리워하며 어떻게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북한군 대장 이창섭(진선규, 최대훈 분)은 빨리 배를 고쳐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배를 수리할 수 있는 류순호(신성민, 려욱, 이재균, 전성우 분)는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 

위기 상황을 특유의 뻔뻔함과 기지로 모면해왔던 영범은 이 섬에 여신님이 살고 있다고 가상의 여신 이야기를 지어내 순호에게 들려주고, 여신(이지숙, 손미영 분)의 이야기에 빠진 순호는 안정을 되찾아 배를 수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돌아온 석구를 포함한 무인도의 여섯 병사들은 모두 여신님이 보고 계셔 대작전을 함께 실시하게 된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벌어진 전쟁과 그로 인한 상흔을 무겁지 않게 그리되 가볍게 다루지도 않는다. 무인도라는 공간에서 적이었던 국군과 북한군은 여신님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믿는 척 연기하면서 우정을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는 웅장하거나 장엄한 음악 대신 귀엽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돋보이는 동요 같은 노래로 감정을 더 극대화 시켜준다 

원래 감동이란 건 강렬하게 때리는 것이 아니라 담백하게 건드릴 때 더 커지는 법. 각자의 사연을 하나씩 들려주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골고루 묻어나는 점도, 따로 또 같이 호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누구에게나 여신님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전쟁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고, 절망 속에서도 견딜 수 있고, 분노 속에서도 다시 추슬러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그 누군가 혹은 그 무언가.

영범에게는 보고 싶은 딸 진희가 있고, 사람을 죽인 자신이 싫은 창섭에게는 어깨를 펴라고 말해줄 엄마가 있다. 석구에게는 말하지 못한 첫사랑을 향한 고백이, 북한군 변주화(주민진, 문성일 분)에게는 지키지 못한 누이와의 약속이 있다. 그들에게는 힘들고 지친 몸을 기댈 곳이, 돌아가고 싶은 곳이, 돌아가야만 하는 곳이 있다. 

가족의 비밀을 지닌 조동현(윤석현, 백형훈 분)도 그것을 찾고 싶다. 어쩌면 순호에게 그랬듯이 여신님은 나 자신일이지도 모른다. 나를 믿어주고 내가 믿어줄 최우선 순위는 나일 것이기에.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 누구보다 나를 위해 내 삶이 죽음으로 바뀌는 그날까지 즐거운 가치를 좇으며 희망차게 살아야겠다는, 일기에나 쓸법한 결심이 공연을 보고 나오는 마음에 오래 남았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 공연이 여신님이 될지도 모르겠다. 전쟁으로 비유되는 퍽퍽한 일상 속에서 따뜻한 공연 한 편은 한 줄기 빛처럼 큰 위로와 희망이 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여신님이 보고 계셔>72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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