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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자, 아니 사라지는 여자들, <미씽: 사라진 여자>
입력 2016-12-04 |

 

지선(엄지원 분)은 이혼 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누구보다 바쁘게 살지만 딸 다은(서하늬 분)에 대해 조금도 관심 없는 남편 진혁(고준 분)은 그런 그녀를 향해 다은이가 네가 엄마인 줄은 아냐고 비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13개월인 다은이는 한매(공효진 분)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한매는 조선족 아줌마에게 다은을 맡겼다가 다은이 다리를 다치게 되자, 아파트 다른 층에서 아기를 돌보던 아줌마를 통해 급하게 구하게 된 중국 출신의 보모이다.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지선이었지만 엉엉 우는 다은이를 노래 하나로 쉽게 웃게 만드는 한매를 보모로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한매는 지선에게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자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한데 그녀가 사라졌다. 딸 다은이와 함께. 퇴근 후 두 사람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지선은 뒤늦게 경찰과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만, 도리어 양육권 소송 중에 일으킨 그녀의 자작극으로 의심받기만 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는 홀로 한매의 흔적을 추적한다. 집 앞에 나타난 수상한 남자 현익(박해준 분)을 따라다니며 한매의 신분이 가짜임을 알게 된다. 그 곳에서는 목련이라고 불리었던 한매. 원래 이름은 김연인 한매. 한매의 삶은 지선과는 달랐지만 또한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이자 타자로서 이름이 지워진 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딸을 향한 모성만은 뜨겁던 두 사람. 어쩌면 소외된 그녀들이 기댈 만한 것이 딸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조금씩 진실을 펼쳐놓는다. 한매와 지선의 첫 만남이 보모로 오기 전이었고, 사실은 얽혀 있던 그들의 사연도 드러난다 

내가 얻기 위해 상대는 잃어야 했다. 지선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다. 한매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칼날이 아니라 손을 내민 관계다. 한매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한매를 온전히 연민할 수 있는 것은 등장인물 중 지선 뿐이리라. 그래서인지 마지막 결말이 조금은 아프다.

 

 

스릴러물답게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다보니 공포보다는 연민이 더 남는다. 소외된 현실, 편견과 비난 그 속에 놓여진 여자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여자 투 톱의 심지어 등장하는 아기의 성별도 여자다. 남자였으면, 아들이었으면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 한매가 그러했던 것처럼 때로 어떤 여자들은 아들을 낳아 대를 잇기 위해서만 존재하기도 하니까 

영화 속에서 아빠는 부재하다. 존재해도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빠가 필요해진다. 지선이 양육권을 아이 아빠에게 뺏길 위기에 놓인 것처럼, 존재가 지워진 여자- 보호자가 되지 못하는 엄마 한매에게는 병원에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은 아빠의 사인이 필요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명동을 지나가게 됐다. 거기 한매가 있었다. 지나가는 저 외국인 여자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여기 또다른 지선이 있었다. ‘는 지선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 것이다. 아니 그럼에도 조금은 다르게 살아갈 것이다 

사라지지 않고, 더 말하고, 더 많이 행동하고, 나 자신으로 존재하면서.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되더라도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게 단단히 붙잡으면서. 그렇게 또다른 다은이들이 사라지지 않게, 또렷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금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갈 테다.

엄지원, 공효진 두 배우의 열연이 빛난다. 그 외 김희원, 박해준 등이 출연했다. 이언희 감독. 1130일 개봉, 100.

 

.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사진=다이스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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