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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 총과 토끼 / 앰부배깅 / 연애경험
입력 2016-12-07 |

 

올해로 42회째를 맞은 서울독립영화제는 지난 1일 개막해 오는 9일 폐막한다. 다음은 경쟁단편4에서 상영한 네 편의 단편영화에 대한 짧은 리뷰이다.

 

등에 / 감독 김경래 / 출연 정승민, 오진욱, 김이제, 이진우

아토피로 잠 못 이룬 날들이 있다. 아토피(atopy)란 말은 그리스어 ‘atophos’가 그 어원으로 비정상적인 반응, 기묘한, 뜻을 알 수 없음을 뜻한다고 한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 하지만 왜인지 알 수 없다. 원인을 알 수 없기에 예방할 수도 없다. 한밤중 가려움이 찾아오면 미친 사람처럼 벅벅 긁을 수밖에 없다. 손톱 밑에 때처럼 피가 잔뜩 끼도록 긁고 나면, 가려움 대신 따가움이 든다. 따가운 아픔이 가려움의 고통보다 낫다. 

<등에>는 아토피로 고생하던 그 밤들을 떠올리게 했다. 주인공 남자는 원인불명 가려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다. 내 등의 가려움은, 우리 삶의 가려움은 누가 긁어줄 수 있을까.

 

 

총과 토끼 / 감독 신윤하 / 출연 박성민, 이익준, 박아성

<총과 토끼>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긴장감이 감도는 강화도를 배경으로 MT를 왔던 대오가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인철, 성국과 만나 동행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누군가를 때리는 자는 누군가에게는 맞는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악은 더 악으로 다스려진다. 폭력으로 점철된 서열 관계, 그 중 누가 제일 쓰레기인가. 오래된 차에 들어 있던 권총 한 자루, 그것을 발견한 대오는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얼룩진 폭력의 세계를 잔인하고도 날카롭게 담았다. 인물들의 연기도 좋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스너프필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앰부배깅 / 감독 한정재 / 출연 신윤정

자발적으로 호흡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수동으로 앰부백(Ambu-Bag)을 통해 산소를 주입하는 것을 앰부배깅이라고 한다. <앰부배깅>은 환자 보호자를 기다리면서 앰부배깅을 하는 의사 민지의 이야기다. 병실에 있어야 할 86세 이숙자 환자의 보호자인 손자는 안내방송을 해도 나타나지 않고, 환자의 딸인 또 다른 보호자가 오는 동안 민지는 계속 앰부배깅을 해야만 한다 

어차피 보호자가 오면 멈춰야 하는 앰부배깅. 곧 죽을, 아니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앰부배깅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어쨌든 죽기 전까지는 죽지 않은 것이 아니던가. 

영화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적절한 소재를 통해 담아내며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모두 지금 살아 있고 죽어가는 중이다. 어떤 선택을 내리면서, 때로는 어떤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기에 내리기도 하면서.

 

연애경험 / 감독 오성호 / 출연 구자은, 황순미, 백승철, 이성준, 윤영덕, 이규희, 임호준, 계영석, 강영구, 김치원, 박제하, 이수진, 최현, 김종태, 이용원

처음 만난 사람들은 묻고는 한다. 남자친구 있어요? 없어요? 아니 왜 없어요? 마지막 연애는 언제예요? 좀 친해진 사람들도 쉽게 말한다. 이 남자 저 남자 많이 만나봐야 좋은 남자 고르지. 여자는 좀 꾸밀 줄 알아야 해. 적당히 튕길 줄도 알아야 하고. 악의없이 내뱉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고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거기에 발끈하면 예민한 사람이 되고 만다 

<연애경험>은 마치 연애를 안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같은 이상한 현실에 팽배한 폭력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금속공장에서 일하는 예쁘지 않은 경리 미애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말들과 상황은 때로 관객을 웃기지만, 사실은 GV에서 한 감독의 말처럼 불편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감독은 미애에게 장밋빛 미래를 선사하지 않는다. 잘생기고 섹시한 연하남 남자친구를 선물하지도, 헤어스타일의 변신으로 갑자기 미인 대접을 받게 만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울게 만든다. 하지만 펑펑 눈물을 쏟아냈기에,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토해냈기에, 다음날의 미애는 어제의 미애와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정이니까, 그래서 텅 빈 방에서 혼자 우는 미애의 모습을 아프게만 보지는 않으련다. 

 

영화가 끝나고 이어진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한 GV에서 다들 마지막 멘트로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런 좋은 영화를 만들어줘서 관객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나도 감사한 시간이었다. 좋은 이야기는 결국 생각을 하게 만들고 행동을 하게 만들고 그렇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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