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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들>의 불편한 진실, 스타일리쉬하게 풀다
입력 2012-02-23 |

 

드라마의 주인공은 팔자가 드센 사람이라는 얘기가 있다. 가난하고 비루한 삶 속에서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도 정직하고 착한 성품으로 끝내 성공하고 마는 인간승리의 드라마. 진부하긴 해도 도덕적으로교훈을 주는 그런 드라마.

그런 드라마 속에서 모범생은 안경을 끼고 날라리들에게 돈을 뺏기며 선생님에게 이를 거야정도의 반항을 겨우 하는, 답답하고 찌질한 모습만을 주로 보여준다. 선을 넘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모범적인모습은 종종 비하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여기, 모범생들을 주인공으로 모범적이나 모범적이지 않은 그들의 실체를 까발린 연극이 있다. 

연극 <모범생들>은 서울의 한 특급호텔 결혼식장에서 시작한다. 화장실에서 만난 고등학교 동창 명준(정문성, 이호영 분)과 수환(박정표, 김종구 분)은 자연스레 마지막 학력고사를 앞두고 있던 외고 3학년 독어반 시절로 돌아간다. 

대한민국 고3이라면 삭막한 경쟁을 대부분(모두라고 하지는 않겠다. 의외로 많은 고3 학생들은 흔히 말하는 3과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한다) 겪을 테지만 상위 3%도 부족해 0.3%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고 3학년 학생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중졸 아버지와 국졸 어머니 밑에서 부모님처럼 살지 않고자 노력했던 명준은 말 많고 깐족대기 잘하는 수환과 함께 컨닝을 하기로 한다. 두 사람의 컨닝 도모를 알게 된 단순 무식한 야구부 출신 종태(황지노, 김대종 분)에 출석부에서 시험 답안지 유출을 청탁하는 돈 봉투가 발견 돼 의심을 사게 된 반장 민영(홍우진, 김대현 분)까지 같은 배를 타게 된다.

 

 

 

친구가 적이 되고, 적이 친구가 된다. 수학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그들의 욕망은 때로 비굴하고, 때로 폭력적으로 표출된다. 비열한 욕망과 강박관념, 자기합리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와 함께 한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의식을 세련되게 풀어내는 솜씨가 놀랍다.

깔끔한 수트는 조금의 변화만으로 교복으로 전환되고, 책상과 의자 4쌍의 기본 소품은 화장실이 되었다가 호텔이 되었다가 교실 등이 된다. 조명 디자인, 무대감독 등 다양한 포지션을 거쳤다는 젊은 연출가 김태형은 최소한의 소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미니멀한 무대는 감각적인 음악과 조명이 풍성하게 채워준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우들의 연기. 때로는 코믹하지만 때로는 서늘한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지난 공연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김대종, 이호영, 홍우진에 뮤지컬, 영화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대현, 김종구, 박정표, 정문성, 황지노가 가세해 웃음과 눈물, 씁쓸함까지 남기는 매력적인 연기를 펼친다.

 

 

공부를 잘하던 모범생들은 사회에 나와 소위 엘리트라 불리며 모범적으로 산다. 그들에게 모범적이라는 것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이지는 않다. 그들에게는 욕망을 충족시키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무리를 짓고 선을 긋고 그 선 안에서 사는 것이 모범적인 삶이다. 검사가 되고 회계사가 되고 정치 쪽에 몸담으면서 카센터를 하는 친구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것이 어른이 된 모범생들의 모습이다.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먹으로 해결되던 학창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모범생들을 공부만 잘하는 찌질한 놈이라고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그들은 돈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하고 돈을 많이 벌어 돈 많은 사람이 되고, 돈이 곧 힘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점점 더 그런 세상이 오는 것만 같다.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하던 사람이 기업의 비리와 정치인의 부정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만드는 데 자신의 능력을 쓰게 되는 세상. 하지만 진심으로 그들이 우리를 이겼다고, 그들의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알량한 자존심이라고 해도. 극 중에서 모범생들이 이겼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끝내 컨닝에 참여하지 않았던 종태는 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연극 <모범생들>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429일까지 공연한다. 문의 이다 엔터테인먼트 02)762-0010.

 

.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사진=(주)이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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