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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김중혁, “하얀 종이에 까만 글씨를 채우는 게 글쓰기의 본질”②
입력 2012-07-10 |

 

 

(*1편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일상 속에서 재밌었던 사건이 있었다면요?

요새 되게 재미없어요.

 

-어릴 때는 깔깔대고 웃었지만, 나이 들면서 웃을 일이 적어지는 것 같아요. 특히 남자어른은 웃음도 눈물도 어색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래도 작가님은 흔히 생각하는 남자어른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최근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싱글맨>이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요. 게이인 노교수가 주인공인데, 학생이 물어봐요. 경험이 쓸모 있냐고, 어른이 되면 뭔가 현명해지냐고. 교수는 대답해요. 전혀 현명해지지 않았다고, 계속 점점 더 철없고 또 철없고 철없어진다고요. 예전의 경험들이 좋은 것으로 작용을 하려면 꼰대가 되기 쉬운 것 같아요. 내가 이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넌 이런 걸 받아들일 때 이렇게 해야 돼, 이런 기준점이 생겨서 꼰대가 되는 거죠. 철없다는 건 모든 경험들이 여전히 새로운 거죠. 상황에 따라서, 시간에 따라서, 같은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그걸 받아들이는 자세가 철없게 받아들이는 게 어른남자가 되어서도 재밌게 사는 법인 것 같아요.

 

-작가가 되어 좋은 점이 있다면요?

작가가 되어 이상한 점은 있어요. 나는 내가 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신문에 한 면 크게 나올지는 몰랐어요. 책을 내고 인터뷰를 하면 크게 내보내잖아요. 신문에 내 얘기로 지면이 할애된다는 게 이상해요. 내가 뭐라고. 작가라는 게 기본적으로 오피니언 리더 같은 인식이 있기는 하지만, 저를 보면 아시겠지만 지식인 느낌은 없잖아요. 가끔 그런 식으로 되게 놀라울 때가 있어요. 그것 말고는 위안을 받는다는 메일 같은 걸 받을 때가 있죠. 누군가를 위안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지만, 혼자 글을 쓰고 읽고 그럴 때면 되게 외롭거든요. 늘 글 쓸 때는 혼자 있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것 같고, 내가 쓰고 있는 이게 아무 데도 나갈 것 같지도 않고, 밀실에서 쓰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누군가가 그런 글을 읽고 위안이 되었다는 메일을 보내올 때면 , 내가 혼자 쓰고 있던 게 아니었구나생각이 들면서 작가가 이래서 좋은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다면요?

<악기들의 도서관>‘NHK 한국어 강좌교재로 사용되었는데, 어떤 일본인 독자분께서 아무 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는 첫 문장을 보고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어 뭐든 해보려고 한다는 메일을 보내주신 적이 있어요. 이후 일본에서 <악기들의 도서관>이 번역, 출간되었는데 그때 행사에도 오셔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만난 적이 있어요.

 

 

-독자들의 반응, 이를테면 리뷰 같은 것도 보시나요?

초반에는 보죠. 작가들이 책을 내고 바로는 약간 우울하고 그런 게 있어요. 4년이란 지난 시간은 허공에 떠 있는 건데 그런 추상적인 것이 소설이라는 매개체로 실물로 나오면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과 두려움이 커지는 순간이죠. 그럴 때 리뷰에 악평이 있으면 막 화내고.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혀지죠.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아니까요.

 

-독자들의 메일도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요. ‘저도 작가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같은 질문 메일도 있을 것 같고요.

질문보다는 주로 감상인 경우가 많은데요. 질문일 경우에는 대체로 대답을 안 하죠. 인생 망치기 싫으면 소설 쓰지 마세요, 농담 식으로 말하기도 하지만요. 구체적인 조언을 해줄 수는 없는 것 같고, 해줄 수 있는 조언이라면 어디어디 강의가 좋다더라 정도. 최근에는 조금은 우울한 분위기의 메일이어서 소설을 재밌게 쓰려면 재밌게 살아야 한다. 재밌게 사는 게 먼저다.’고 답한 적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도 작가를 꿈꾸셨던가요?

어릴 때는 꿈을 안 꾸었던 것 같아요. 생각을 아무리 해봐도 초등학교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놀았고. ‘내가 뭐가 되어야지이런 생각은 안 했고요. 중학교 때는 사춘기여서 혼자 방 안에서 기타 배우고 책도 보고 이상한 잡지도 보고 그랬고요. 고등학교 떨어지고 나서는(그는 인생을 바꾼 한 순간으로 고등학교 떨어진 때를 말하기도 했다. 그때 떨어지고 나서 사람이 크게 바뀌었다고.) 몰려다니면서 놀았기 때문에 내가 뭘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글 쓰고 책 보는 걸 좋아하기는 했어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형이 그리는 바람에……. 어머니가 뒤늦게 아신 거죠, 미대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 그래서 돈이 제일 안 드는 데로 갔죠.(그의 전공은 국문과이다.)

 

-형은 그림을 그리고, 동생은 작가가 되었습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능일까요?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머니가 많이 배우시진 못했지만 언어에 대한 센스가 되게 좋으시긴 해요. 가끔씩 일기 같은 걸 쓰시고 어떤 문자에는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고요. 이번에도 책 나온 것을 보내드렸는데 잘 받았다고 하시면서 책 넘기고 있는데 이렇게 하얀 종이에다가 까맣게 글씨로 채우는 게 참 힘들었겠다말씀하시는데 울컥하더라구요. 글 쓴다는 게 본질이 그거잖아요. 하얀 종이에 까맣게 글을 채우는 것. 힘들었겠구나, 이해해 주시는 마음이 전해졌어요.

 

-아버지는 어떤 분이세요? 신문에 나고 이러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울 것 같은데요.

아버지는 사실 별로 관심 없어 하세요. 문제는 제가 아버지를 닮았다는 거죠. 아버지는 대책 없이 해피엔딩이신 분이세요. 지금도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노는 것 좋아하시고. 얼마 전에 홈페이지에 제가 올리기도 했는데, 지젝이 진정한 이기주의자에 대해 쓴 게 있어요. 진정한 이기주의자는 자신이 기쁘기 위해, 자신이 기뻐야 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을 불행하게 만들 시간도 없다는 거였는데요. 아버지야말로 진정한 이기주의자시죠.(웃음)

 

(*3편으로 이어집니다.) 

 

. 봄날의소(bomso@glebbangzip.com)

사진. 김폴짝(toughjin85@naver.com)

편집.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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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봄날의소 2012/07/13
알리스/ 김중혁 작가님의 블로그에도 잼나고 유익한 글들이 많답니다^^ 인터뷰 잘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1. 알리스 2012/07/13
마지막 지젝의 말이 콱 와서 박히네요. 조근조근 잼난 인터뷰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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