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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겸 연출가]오미영, “스스로 작가라고 믿는 순간, 작가가 된다”②
입력 2012-12-03 |

 

 

(*1편에서 이어집니다.) 

 

가장 처음으로 썼던, ‘이라고 기억할만한 건 어떤 걸까.

6학년 때 공책에다 소설을 썼던 것 같다.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는 거. 너무 창피했다. 온갖 상투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너무 유치하게 막, 시한부 인생이고 그런 거 있잖나. 네 살, 다섯 살 터울의 언니들이 있어서 또래에 비해 조숙한 편이었다. 언니들 덕에 일찍부터 순정만화책 쌓아놓고 보고, 일찍부터 라디오 별밤듣고. 그때는 별밤 하기 딱 그 전에 라디오드라마 같은 걸 했었다. 되게 일찍부터 그런 걸 좋아했던 것 같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어땠나. <식구를 찾아서>에서 지화자가 찾고 있는 아들 이름이 실은 회사 사장님 이름이라던데, 그 때가 소위 흑역사였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IMF가 터졌다. 취직이 너무 어려웠다. 학교 다닐 때 연극하고 놀아서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고, 되게 좋은 학교도 아니었고, 가지고 있던 게 너무 없었다. 그래서 졸업하고 나서 1년 동안 구직활동을 했는데 140군데 이력서를 넣고, 78? 80군데 정도 면접을 봤다. 그 때가 우울했고, 말하자면 흑역사였다. 그러다 121, 회사에 들어갔다. 들어가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 영업지원 그런 거였는데 별로 하는 일도 없었고, 잉여인력이기도 했지만 미운털이 박혀서 나중엔 인터넷만화 부서로 옮겨져서 말풍선에 대사 써넣는 일을 시키더라. 6개월 정도 다니고 그만뒀다. 회사의 많은 남직원들과 즐겁게 연애하다 나온 것 같다. (웃음)

 

이후 한예종을 가고,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작품을 쓰고 연출하면서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으니 잘된 일 같다.

사실 이쪽 일을 하느냐 마느냐 고민을 많이 했었다. 안 했으면 회사 들어가서 다니다 빨리 시집을 가버렸을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정확히 뭔지도 몰랐고, 엄마는 빨리 시집가라고 했었고,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선을 봤다. 나는 굉장히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됐지. 낼 모레면 마흔인데 엄마는 아직도 포기 안 하시고.

 

그럼 어머니는 아직도 이 길을 반대하고 계신 건가.

조금 마음이 풀리셨다. 뭐랄까, 엄마의 욕심을, 원하는 기대치를 채우기에 난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다. 예전에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었다면, 지금은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내 삶을 사는 거다. 엄마가 살라는 대로 사는 게 정답인 줄 알고 살았던 것 같다. 이제는 다른 답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 거지.

 

<식구를 찾아서>126일 끝난다. 이후 준비하는 게 있나.

웹툰을 뮤지컬로 각색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 같다. 신작도 준비하려고 생각 중이다.

 

신작은 어떤 이야기가 될까. 얼마 전 식구쇼에서 로맨틱 코미디 하고 싶다고 얘기 하셨었는데.

로맨틱 코미디 한 번 해보자 했었는데, 그냥 그게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선남선녀가 나와서 사랑에 대해서 달달한 이야기 하는 것만이 로맨틱 코미디는 아닌 것 같다. 로맨틱하고 코믹하면 되는 거 아닌가. 선남선녀만 연애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세상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살고 있고, 연애를 하고 싶어 하고 있고, 모두 다 선남선녀는 아닐 테다. 그냥 자기 기준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야기들, 뭐 이를테면 영화 <바그다드 카페> 같은 거 보면 진짜 뚱뚱한 아줌마와 약간 모자란 거 같은 아저씨가, 둘이서 사랑하는 이야기가 아름답게 나오지 않나. 물론 이게 흥행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어릴 때 동네에서 혼자 사는 아줌마와 혼자 사는 아저씨가 몰래 하는 로맨스를 본 적이 있다. 못생기고 뚱뚱한 아줌마였고, 아저씬 아줌마보다 덩치도 작았지만, 자전거 배우려는 아줌마 뒤에서 아저씨가 자전거를 잡아주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귀엽다. 취향인 것 같다. 내 짝을 만나는 것에 대한 사랑 이야기, 선남선녀가 아니라도. 어떻게 풀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달달하면 되잖나. 그게 꼭 정형화된 인물이 아니어도 되는 것 같다. 매력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토크 프로그램에서 배우 김영옥 씨가 그런 얘기하더라. 노인정에서 할머니들의 로맨스가 그렇게 치열하다고. 인생의 마지막 로맨스라서 그렇게 치열할 수가 없다고.

이번에도 할머니 할아버지 얘기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 (웃음)

 

 

좋은 극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극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난 좋은 극작가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이런 얘길 해도 되나. 좋은 극작가가 되려면누가 인정을 해주는 게 아니지 않나. 어디서 극작가가 된 거다, 라고 말해주는 게 아니다. 신춘문예 당선된다고 그때부터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작가는 작가라고 믿는 순간이 작가가 되는 것 같다. 아무도 미리 넌 이제부터 작가다, 이렇게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믿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인정에 목마른 것 같다. 스스로 믿는다 해도 쓰다보면 불안하고, 그럴 때 인정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치. 그래서 인정에 목말라서 결국은 포기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이 바닥의 작가는,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생활고나 빨리 뭐가 잘 안 되고 이런 것 때문에 쉽게 못하겠어, 난 안 되겠어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어쨌든 자기가 작가라는 것을 믿고, 그리고 자기 마음속의 뜨거움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인정을 받아야 뜨거워지는 것 같다.

뜨거움은 되게, 아주 식기 쉬운 포지션이다. 어려운 것 같다, 뜨거움을 유지한다는 건.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사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가치 있는가, 많이 고민했었다. 그야말로 나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선을 보고, 전형적인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들을 밟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거기서 확 멀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아직 결혼도 안 했고. 빨리 결혼해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힘든 시간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다시는 이 일을 못하겠다 싶었던 때도 있었고, 아침에 눈 뜨면 그만 살까 싶었던 때도 있었고. 그런 순간에 <식구를 찾아서>를 쓰도록 준석씨(<식구를 찾아서> 제작사 MJ플래닛 대표)나 옆에서 친구들이 되게 독려를 많이 해줬다. 새 작품 쓰자쓰자, 하는데 난 못 쓰겠어 아무 이야기도 못 쓰겠어 세상에 어떤 이야기도 하고 싶은 것도 다 까먹은 거 같아, 그러고. 그렇게 자신 없고 힘들어할 때 작품을 쓰게 된 거다. <식구를 찾아서>는 절망의 늪에서 구해 낸, 내가 이 일을 해도, 당분간은 하고 싶다, 해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내게 있어 참 귀한 작품이다.

 

관객에게도 비슷한 의미로 남았을 거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만큼 관객들도 많이 사랑해주고, 여러 가지 단계를 밟아가는 데 있어서도 탄탄이 밟아온 작품이다. 언제까지 이 럭키함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느 순간 또 다시 슬럼프가 있을 거고. 내가 이 일을 해도 좋을까 아닐까 고민할 거고, 아침에 눈 뜨면 죽을까 말까 생각하는 때가 또 오겠지만, 그냥 조금씩 그렇게 해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된 것 같아서 좋다. 요즘에는, 꽤 행복한 편인 것 같다.

 

그런 순간을 극복하면 정말로 좋은 날이 오는 거겠지?

그럼. 근데,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지 않고 그냥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보면 언젠가 승리하는 날이 있지 않을까. 그런 믿음을 갖고, 계속 긍정적인 기분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바닥인 것 같다. 잠깐 부정적으로 마음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 쉬운 바닥인 거다. 그리고 이거 잡담이니까 덧붙이자면, 생각해보면, 굉장히 애써서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주 쉽게 훅 가는 집단이 이 집단인 거다. 술도 많이 먹게 되고 담배도 많이 태우게 되고 불규칙하게 살게 되고 아무렇게나 자고 아무렇게나 먹고 되게 함부로 살기 쉬운 집단인 거 같다. 아무도 나를 컨트롤해주지 않으니까. 그러니 아주 애써서 건강하게 살려고 결심을 매일 하지 않으면, 많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직업이다.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될 것 같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끼니 거르지 말고.

 

학창시절 우리가 풀던 시험 문제에는 정답이 분명하게 있었다. 심지어 주관식조차 답이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그런가. 답은 무한하고, 그것은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도, 엄마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다. 내가 선택한 그 길이 정답이란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가슴 속에 뜨거움을 가지고 지치지 않고 살아야 할 일. 물론 내가 선택한 것이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그것은 내 삶의 해답이 될 수 있을 테다. 삶에 있어 오답은 없는 법이니까. 

오미영 연출가는 요즘 꽤 행복하다며 웃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 그녀가 작품으로 얘기할 많은 이야기 속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졌다. 아마도 그녀의 공연은 휴식이 되어 관객을 위로하고, 삶에 따뜻한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식구를 찾아서>가 그녀에게 그러했고, 그것을 본 내가 그러했듯이. 여성 창작자로서 여자들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는 극작가 오미영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인터뷰. 김가영. 김화룡(dreamidea85@daum.net)

편집.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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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람꼭지 2012/12/21
마음 속의 뜨거움을 잃지 않아야겠다/ 이 부분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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