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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뜨거운 인생극장, ‘더지니어스2’
입력 2014-01-16 |

 

1990년대, 지금은 <일밤>으로 이름을 바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간판코너였던 인생극장은 한 남자가 두 가지 다른 선택을 하면서 달라지는 두 가지 인생 이야기를 그려냈다. 현실에서는 가보지 않은 인생길은 알 수 없기에 인생극장이 보여주는 또 다른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그토록 흥미로웠을 게다.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tvN <더 지니어스:룰 브레이커>(이하 더지니어스2’).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한다. 당연한 사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삼 깨닫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더지니어스2’ 6회에서는 이두희가 탈락했다. 이두희의 신분증을 주워 그가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점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은지원은 데스매치 암전게임에서 이두희 대신 계속 함께 팀을 이뤘던 조유영을 위한 버튼을 눌렀다. 사람은 누구나 선택을 한다. ‘더지니어스2’는 수많은 선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인간이 언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람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이하 더지니어스1’)에서 이상민은 차유람으로부터 가넷(게임 안에서 사용되는 화폐, 1개당 100만원의 가치로 환산된다)을 주겠다는 각서를 받고 그녀를 도와주었다. ‘더지니어스2’에서 그는 임요환으로부터 불멸의 징표가 들어있는 금고의 위치를 알아냈지만, 임요환에게 자신이 알아낸 비밀번호를 공유하지는 않았다. 사람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에 움직인다 

이기기 위해서 담합을 하기도 하고, 배신을 하기도 한다. 사기와 꼼수가 팽배하지만, 이는 프로그램 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츄에이션이다. ‘더지니어스1’에서는 주어진 법칙 안에서 이기기 위한 어떤 법칙도 가능했고, 더 독해진 더지니어스2’에서는 그러한 룰조차 깰 수도 있다. (물론 이두희의 신분증을 가지고 플레이를 해 이두희를 아예 참여하지 못하게 한 6회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더지니어스2’는 사람의 맨 얼굴과 감추어야 하는 본능을 여과없이 보여주면서, 출연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을 낳기도 한다. 내가 강추한 덕분에 함께 방송을 보았던 동생과 2회 김재경이 탈락하는 편을 보고는 싸울 뻔 했다. 재밌게 보던 동생은 데스매치에서 김재경에겐 거짓 정보를 주거나 도와주지 않고 모두가노홍철을 승리하도록 몰아주었다는 반전에 질겁했다. 

승리할 사람을 예상해 거기에 가넷을 베팅할 수 있도록 한 룰 탓에 이은결은 가넷이나 버는 게 더 낫지 않아요?”라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고, 그건 내게도 좀 충격이긴 했다. 1회에서 김재경의 도움을 받아 데스매치에서 살아날 수 있었던 임윤선도 김재경에게 도움을 주면서도 가넷은 노홍철에게 걸었다. 가넷을 벌기 위해서는 이길 만한 사람에게 베팅을 하고, 자신이 베팅 한 사람이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 그들의 선택에는 모두 그들 자신에게 합당한 이유가 있었고, 납득할 만했다.

 

 

하지만 더지니어스2’가 불편한 부분은 전략이 부재한 채 무리지어 한 명의 꼴찌를 만들고, 그것이 마치 그 사람의 잘못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 가는 것이 왕따풍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마치 왕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네가 재수없었기 때문이라고 자기합리화와 뻔뻔한 변명을 하는 모습과 겹쳐 보여 불편한 구석이 있다. 

은지원은 탈락하는 재경을 향해 네 탓도 있어, 라고 말했다. 이두희는 연합팀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그것을 따라주지 않은 재경이 못마땅했다. 하지만 자신이 명백한 꼴찌가 되고 이후 데스매치에서 탈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기대하면서 다수의 연맹이 이길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사람은 흔치 않다. 조유영 또한 다른 회에서 데스매치가 싫지만 가야 하는 불편한 마음을 내비친 바 있다. 

사회의 축소판이 되어 인물 군상의 모습을, 특히 이기적인 악한 본능을 드러내주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러운기분을 느끼는 것 같지만, 의외로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힐링이 되고는 한다. 

사람을 믿은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6회에서 이두희가 한 말이다. 그렇다. 하지만 믿음에 대한 날카로운 배신은 자신의 몫이다 

사실 나는 모든 인간이 악하다고, 세상은 원래 그렇게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배신을 당했다면, 당연하지만 그는 믿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지만, 또한 배신당할지 몰라도 믿을 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이 그의 선택이었고, 어쩌면 배신당하는 결과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과를 안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어떤 가치를 지키는 자가 보여주는 무언가에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이상민은 시즌1에서 함께 했던 우승자 홍진호에 대해 그를 일대일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방송 외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이상민-노홍철-은지원은 역시나 친한 프로게이머인 홍진호-임요환을 경계하지만, 정작 두 사람이 그들처럼 강력한 연합의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다 

시즌1에서 기발한 전략과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홍진호나 5회 임윤선과의 데스매치를 통해 탁월한 역량과 집중력을 보여준 임요환은 다른 사람들의 견제의 대상이 되었다. 그것은 점점 심해져 소위 연예인 연합이 그들을 배척하면서 6회에서는 게임에 대한 전략 대신 치졸하고 잔인한 승부만을 보여주고 말았다. 

그럼에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점차 흥미진진해진다. 문화 웹매거진 아이즈와의 인터뷰에서 더지니어스를 연출한 정종연 PD시청자가 패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매 회 주인공이 되는 사람은 어쨌거나 탈락하는 데스매치의 패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선택을 내릴 때에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믿기 때문에 하는 것이리라. 스스로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합리화한다. 그래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 하는 것이 본질이고 그것이 미래를, 인생을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 

당장 데스매치 앞에선 누구라도 작아지기 마련이다. 시즌1에서 홍진호가 그랬던 것처럼 공고해 보이는 김구라를 선택할 배짱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홍진호는 더지니어스2’ 6회에서 자신을 데스매치 상대자로 호명하는 척한 이두희에게 잘해보자며 손을 내밀어 악수하기도 했다. 자신을 찍은 상대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고 내가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신의일 수도 있고, 스스로의 신념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지니어스1’게임의 법칙이었던 데 반해 더지니어스2’의 부제가 룰 브레이커인 것이 와닿는다. 법칙 ;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규범. ; 놀이나 운동 경기 따위에서 지키기로 정한 질서나 법칙. ‘규칙으로 순화. 규칙 ;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 또는 제정된 질서 

그러니까 시즌1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 법칙에 중심을 뒀다면 시즌2는 그 규칙을 깨는 데서 또다른 이야기를 찾는다. 로버트 맥기가 쓴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는 좋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는 원칙을 알되, 원칙을 잊어야 한다고 했다. 원칙을 깨야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는 거라고. 우리 삶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 원칙을 알되,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때로는 원칙을 깨기도 하면서 살아야 즐거워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 깰 수 없는 원칙이 있다면, 그것을 지키자.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움직이는 주인공은 피할 수 없는 선택 앞에서 도덕적인선택을 내린다고 한다. 당신의 인생 주인공은 당신도 알고, 세상도 알다시피 당신이다. 게임 안에서는 데스매치에서 패배할 경우 사라지지만, 현실 속에서는 죽을 때까지 삶이 계속된다. 게임 안에서는 죽지 않고 살아나도 나쁘다고 욕을 먹지만, 현실에서는 살아 있다면 얼마든지 어떻게든 좋아질 기회가 있다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뻔한 잠언과 패배에서도 배움이 있다는 진리를 TV를 통해, 그것도 추악한 승리와 아름다운 패배를 보여준다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를 통해 절실히 깨닫고 있다.

,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빠밤빠 빠밤빠 빠바바바밤. 그래, 결심했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혹은 좋아질 수 있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한편  더지니어스2’ 제작진은 16일, 6회 방송에 대해 출연진의 행위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실수라며 앞으로 규칙을 더욱 정교화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후반기에 접어들며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게임이 전개될 예정이라는 더지니어스2’ 논란을 딛고 짜릿한 승부의 세계와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볼 일이다. 매주 토요일 밤 1050분 방송.

 

.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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