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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보일 수 있는 ‘인간의 조건’, “없이 살기”
입력 2013-02-19 |

 

언젠가부터 있어 보인다는 말이 칭찬 아닌 칭찬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 너 오늘 좀 있어 보인다라고 할 때 그것은 입은 옷에 대한 칭찬일 수도, 내뱉은 말에 대한 호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있어 보이는 옷을 사고, 있어 보이기 위한 말을 한다. 근데 도대체 무엇이있어 보인다는 걸까? “있어 보여야 하는 거지? 

넘쳐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에서 최근 KBS2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간의 조건>은 개그맨 6(김준호, 김준현, 박성호, 양상국, 정태호, 허경환)이 현대인의 필수 조건을 하나씩 가감해 일주일 동안 체험해봄으로써 생활 패턴과 의식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담아내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케이블에서 파일럿으로 방영 당시 스마트폰, 인터넷 등이 없는 삶을 체험했던 이들은 공중파 정규 편성 이후 쓰레기 없이 살기를 실천하고 있다 

재활용을 포함한 쓰레기를 정리하다가 산다는 것은 결국 쓰레기를 배출한다는 것, 인간이란 쓰레기를 배출하기 위해 사는 동물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생각에 골몰했던 적이 있다. 소비하는 삶은 곧 쓰레기를 만드는 삶이다. 공산품은 모두 포장이 되어 판매되고, 그것을 구입한다는 것은 곧 쓰레기를 배출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조건> 속 개그맨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텀블러를 구입할 때, 그들은 포장된 상자나 비닐은 빼고 달라고 말해 쓰레기를 줄이고자 한다. 물론 그 상자나 비닐은 종이류비닐류로 분류가 가능한 재활용품이긴 하지만, 개그맨들이 지적했듯, 우리는 재활용품 또한 쓰레기로 인식하고 있다. 

언젠가 영국에서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고, 분리수거 열심히 해서 내놔봐야 어차피 처리장에서 새로이 다시 분리수거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지난 16일 방송분에서 박성호가 방문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의 모습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분리수거가 필요한가,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오고 실천해왔던 것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의문을 가졌더랬다. 

정말 필요한 것은 분리수거가 아니라 최소한의 배출을 위한 노력이 아닐까. 분리수거에 대한 가르침보다 중요한 것은 쓰레기로 인식되는 재활용이 정말로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들은 어떻게 환경과 나아가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닐까. 

16일 방송에서 김준현은 사회가 바빠질수록 일회용품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천천히 살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상은 점점 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KTX는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게 해주지만 그만큼 기차 여행의 낭만과 창밖 풍경을 볼 시간은 줄어들게도 만든다. 보다 중요한 일을 위해 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우리는 조금씩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닐까. 

아니 놓치고 사는 게 아니라 버리고 사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버리는 것은 다만 쓰레기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손재주가 뛰어난 정태호가 버려진 상자를 이용해 에펠탑 모양의 무드등을 만든 모습은 보는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쓰레기아트로 재탄생된 에펠탑 무드등이 그럴듯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쓰레기를 쓰레기로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여러 제품들은 끊임없이 기능을 더하면서발전을 해왔다. 휴대폰엔 TV, 카메라, 컴퓨터까지 더해졌고, 덕분에 실시간으로 외국에 있는 친구와도 대화 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한 시대에 생겨난 새로운 관계는 또 다른 소통을 만들어낼 테지만, 더 이상 공중전화로 외워둔 친구의 집에 전화하거나 손편지를 쓰며 설레는 일 같은 건 흔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조건>은 게임과 미션 등을 더하는 대신 무언가를 없애고 생활하는 이들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내면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되돌아 보고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만들어준다. 다른 성격만큼 각자의 방식으로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은 재밌고, 따뜻하다 

김준현이 서울나들이를 온 양상국의 부모님을 위해 마련한 밥상은 비린내 나는 고등어 정도가 주된 간소한 밥상이었지만, 양상국의 부모님은 최고의 밥상이라 칭찬했다. 자극적인 조미료를 많이 넣는다고 맛있는 음식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듯이, 기본적인 설정 하나로 현대인의 일상을 탐구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인간의 조건> 역시 근래 만난 최고의 예능이다.   

요즘 (일부)사람들에게 있는 것은 허세, 없는 것은 자신감인 것 같다. 남들만큼 가지고 싶지만, 남들만큼 없기에, 자신감은 잃어가고 그 빈자리를 허세가 채우고 있는 것만 같다. 언젠가 술자리 옆 테이블에서 한 남자가 얘기한 허세와 자신감의 차이에 대한 정의가 떠오른다. 남자는 허세는 없는 걸 있는 척 하는 거고, 자신감은 없는 걸 없다고 하는 거야라고 설명했었다 

타인과의 비교가 자꾸만 소비 욕구를 부추기고,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는 듯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없는 건 없는 대로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닐까. (물론 그 남자의 발언은 좀 허세였긴 했지만 말이다.)

남들보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비싼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하며, 멋들어진 말을 하는 것이 있어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허세에 지나지 않는다. 허세 부리지 말라는 빈정거림은 그래서 사실은 있어 보이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비웃음이다. 하지만 또한 반추해보면 그러한 비웃음 안에 내 욕망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있어 보이는 인간이 되고 싶은가? 그럼 조건은 간단하다. 최대한 없애면서 살아라. 비싸고 화려한 물건을 지니거나 그러한 것들로 치장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있어 보이는 것이다, “없이사는 <인간의 조건> 개그맨들이 그 누구보다 있어보이는 것처럼.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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