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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봐야할 영화 <명왕성>이 청소년관람불가라고?
입력 2013-06-17 |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무심코 시킨 음식이 무척 맛있을 때, 우연히 듣게 된 음악이 참 좋을 때, 사람들은 기쁨을 느낀다. 그 식당은 단골집이 되고 그 음악은 앨범으로 소장하고 싶어진다. 

또한 어쩌다 기대않고 본 영화가 뜻하지 않은 감동을 줄 때, 나는 정말로 즐겁다. 가장 최근에는 영화 <명왕성>이 그러했다. 지난달 25일 토요일, 대학로에서 친척동생과 <몽타주>를 보기로 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좌석 7개가 남은 상황. 영화를 보는 대신 낙산공원에서 놀자, 하다가 더운데 그냥 집에 갈까, 하다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초대권이 있는 게 기억났다. 

우리는 일단 영화제가 하고 있는 신촌으로 가는 버스를 탔고, 버스 안에서 나는 어떤 영화를 보는 게 좋을까 휴대폰 검색에 돌입했다. 영화제의 영화에 익숙지 않은 친척동생에게 어렵고, 불편하고, 지루한 시간이 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시간적으로도 맞는 영화 <명왕성>을 발견했고, 이런 내용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 정말이지 그것은 발견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친척동생은 어떻게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지?”를 연발했다. (물론 GV에서 만난 배우 김권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잘생길 수가 있지?”도 연발했다.) 나 역시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었던 타이밍들에 감사했다. (영화제 상영으로는 마지막이라는 그날은 심지어 매진이었다!) 그냥 집에 갔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명왕성>은 명문고등학교 3학년을 배경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마음에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비밀 스터디 모임을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스릴러 형식을 취하면서 스토리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데, 그 안에 전하는 메시지는 무거우면서도 날카롭다. ‘명왕성에 대한 은유도 좋고,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좋으며, 음악과 영상도 좋다. 

원래 좋은 영화를 발견하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알려주고 싶어지는 법. 작년에는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이 그러했기에, 주변의 사람에게 영업을 했더랬다. <명왕성>을 보고 돌아온 나와 친척동생은 동생들에게도 개봉하면 꼭 보러 가라고 추천했다. 나도 한 번 더 봐야지 싶었다. 

한데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단다. 세상에, 청소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보면 정말로 참 좋겠다 싶은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라니! 개봉 전 보정 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본 영화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을 터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떤 부분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게 자식이 있다면 당장 보여주고 싶은 영화였다. 중학생, 고등학생이라면 당연한 얘기고, 초등학생이어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측은 주제, 내용, 대사, 영상 표현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지만 일부 장면에서 폭력적인 장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모방 위험의 우려가 있는 장면 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에게 관람이 허용되지 않는 영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영화를 만든 신수원 감독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명왕성>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제너레이션 14플러스(14세 이상 관람가) 부문에 초청돼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제너레이션 섹션 공동집행위원장 플로리안은 청소년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만들 미래가 어떤 모습이 돼야 하는지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 영화를 초청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것을 단순화하여 판단하는 영등위의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무엇보다 독일이나 여타 다른 유럽국가의 청소년들보다 한국 십대들의 사고능력이나 수준이 더 낮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 아이들을 바보로 생각하는 것인가?”라며 납득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 전직 교사 출신인 신수원 감독의 말에 동의한다. 우리 아이들을 바보로 생각하는 것인가. 이 시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느 분야에서든 1%가 되길 요구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도덕이나 윤리 따위는 무시하고 남을 짓밟는 일도 서슴없이 해야 하는 것이 정의인 양 가르치면서, 정작 아이들을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로 취급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영화를 보고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저런 장면을 모방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이미 청소년 시기를 지난 내게는 모두가 가여워보였던 인물들에 대한, 교육 현장을 직접 살고 있는 청소년 당사자들이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궁금하긴 했다 

한편 재심의 여부는 배급사(싸이더스FNH)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디 많은 청소년들과 학부모와 교육계 종사자들이, 아니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명왕성>711일 개봉한다. 이다윗, 성준, 김꽃비, 김권, 조성하, 선주아, 남태부, 류경수 등 출연. 

 

.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사진=SH필름, JUNE필름 배급 싸이더스F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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