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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탐구생활] 1.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입력 2013-02-06 |

 

*드라마나 영화 속 대사를 통해 생활을 탐구해보는 코너입니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129일 방송된 SBS <야왕>에서 암매장한 의붓아버지의 사체가 승마레저타운 개발로 발굴될 위기에 놓인 주다해(수애 분)는 이혼한 셈 치자며 버렸던 하류(권상우 분)를 찾아가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말한다 

그 인간 죽었을 때 자수하게 놔두지. 그때 왜 안 말리고. 이제 와서 잡혀 갈 수 없어.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의붓아버지를 죽인 것은 자신이지만, 수습을 위해 매장을 도와 준 하류에게 자신을 말리지 않았던 책임을 전가하고, 자수하라는 그를 향해 자신이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라며 돌아갈 수 없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지난해 종영했던 SBS <추적자>에서 PK(이용우 분)도 비슷한 말을 했다. 호스트바 출신의 PK준은 교통사고로 쓰러진 여고생이 자신을 알아보자 여고생을 완전히 죽이고자 했다. 그는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논현동 뒷골목 호빠에서 어떻게 기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나 다시는 호빠에서 노래부르기 싫다구요라며 차로 두어 번, 살아 있는 여고생 위를 지나갔다. 

다해나 PK준 같은 사람들은 일단 우리가가 아닌 내가로 말을 시작한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마저 타인에게 미루지만, 함께 이뤄낸 성과에 대해서는 내가이뤄낸 결과물이라 여긴다. 그러면서 어떻게왔는지에 대해 성토한다. 

그래, 어떻게 왔냐고? 호스트바에서 번 하류의 돈으로 학업을 마쳤던 다해는 그런 하류와 딸을 버리면서 왔다. PK준 역시 대선후보 강동윤(김상중 분)의 아내 서지수(김성령 분)와 내연 관계를 유지하면서 비열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그의 표현대로)“기어서올라왔다 

그들에게는 일단 어떻게든 여기까지왔다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여기까지라는 말은 지금의 이곳이 종착역이 아님을 의미한다. 앞으로 더 갈 길이 남았기에 여기서 완료할 수는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 여기는, 절대, 끝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라고 말하는 그들에게는 앞으로 행해 왔던 방법에 더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내 길을 더 가겠다는 무시무시한 야망이 깔려 있다 

PK준은 극중에서 사망했다. 아마 다해도 드라마가 끝날 때쯤이면 하류에게 복수를 당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럴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의 자리에 오른 이들은 또 다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그 이상을 나아간다. 

배신. 등 배, 믿을 신. 믿음 앞에 등을 보이는 자가 언젠가 등에 칼을 맞고 마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 현실 속에서 배신한 자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그 사람보다 더 잘 사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니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라고 말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당신을 밟고 올라설지 모르는, 곧 배신할지 모르는 자이다. 때로 뜨거운 열정을 가진 것처럼 보여도 그렇게 말하는 자의 내면에는 거기까지 온 방식보다 더한 짓을 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더 큰 법. 혹여 그가 당신에게 등을 보인다면, 칼을 꽂는 대신 그 사람보다 더 즐겁게 잘 살아갈 일이다. 고단한 삶을 견디며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런 사람 때문에 좌절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 김가영(kimka02@glebbangzip.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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