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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을 사는 사람들
입력 2012-05-04 |

 

 

그늘을 사는 사람들

 

 

당신, 그늘에서 살고 싶나요

나무 한 그루도 서 있지 않은 벌판이나

송곳하나 꽂을 자리 없이 소나무 들어찬 숲

어디에도 없는 꽃그늘을 찾으시나요 

 

꽃이 꽃을 마주 보듯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보았어요

분홍색풍선 다루듯

바람조차 조심스레 꽃그늘을 어루만지던걸요

어쩌자고 사람들은 꽃나무 깊이 접어 둔 그늘을 욕심낼까요  

 

눈두덩이 붉게 부은 당신

어느새 꽃그늘 속에서 헤엄치는 다른 그늘이 되는군요

나무가 자꾸 향기 밖으로 달아나고

더 매워진 그늘은 점점 꽃의 눈시울 아래 가라앉아요

나무의 몸 속 구름 한 장 하늘에 옮겨가는 사이

붙박이 꽃이 된 나도 야위어가네요  

 

가시 박힌 그늘이 천천히 꽃에서 물러나고

꽃놀이에서 돌아가는 사람들은

그늘의 너울을 벗고 있어요

그늘을 사러 온 사람들이

그늘이 되었어요

 

. 바람꼭지 김정숙  

19597월 김천 출생. 열 살, 처음 쓴 오일장을 소재로 한 시가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 모두가 시장에 가고 혼자 남은 텅 빈 집에서 느꼈던 외롭고 무서웠던 고요함과의 만남이 시의 출발. 현재 시동인 언령言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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